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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시꽃
    은하수농장 2013. 6. 28. 08:03

    계절이 한여름으로 달려가는 즈음에 시골집 대문옆이나 돌담길에 접시처럼 넓적한 접시꽃이 핀다. 접시꽃은 아욱과의 초본식물로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1.5~ 2.5m까지 자라는데 흰색, 노란색, 분홍색, 붉은색, 자주색등 여러가지 색깔이 있다. 여러해살이 식물이며 심은지 2년이 지나야 꽃을 피우는데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관상용으로 애용된다. 접시꽃이 주목받게 된것은 도종환 시인이 그가 결혼 2년만에 위암으로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접시꽃 당신"(또한 같은 이름으로 그의 두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이 알려지면서인데 수수한듯 하면서 화려한 접시꽃은 중년의 아내를 닮은 꽃이 아닌가 한다.

     

     

    작년 매화나무 아래 옮겨심은 접시꽃이 요즘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운 모습을 보며 "접시꽃당신" 싯구절을 읊어본다.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때 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마리 함부로 죽일줄 모르고

    악한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듯

    주체할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 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듯 살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떄리는 빗소리가 굵어 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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