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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은 전통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수십년된 가옥이 여러채 남아있다. 그런데 자식들 출가시키고 노부부가 늙고 병든 몸으로 농사일 하면서 시골에서 살기가 여의치 않아서인지 요즘 하나둘 대처로 떠나는 분들이 많다. 얼마전 집주인이 서울로 떠나 빈집으로 있던 고택 한채가 또 헐렸다. 전통적인 ㄷ자형 한옥형태로 헛간과 다락방, 대청마루에 마당에는 정원과 우물까지 있는 집이지만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으니 헐리게 된것이다. 어차피 건축폐기물이 될 운명이라 미리 쓸만한 목재는 화목으로 쓰기위해 가져오고 마당에 있는 화초도 옮겨왔는데 마을도, 사람도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가 않다.
벽체 일부는 나중에 블록으로 다시 지었지만 대들보와 서까래 등은 그당시로는 좋은 목재를 이용해서
짜맞춤 공법으로 튼튼하게 짓고 기와 아래쪽에도 갈대를 촘촘히 엮어 넣었다.
이미 철거된 툇마루와 대청마루는 두꺼운 송판으로 만들었는데 오랜세월 쓸고닦아 반들반들 윤이난다.
아름다웠던 정원도 가꾸는 손길이 없으니 폐허가 됐다.
대문과 마루, 헛간 일부만 헐었어도 폐목재가 트럭으로 한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