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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라사랑방 2011. 5. 26. 08:45
초여름 더위를 식혀줄 비가 내리고 있다. 모처럼 농부의 고단한 몸을 쉬면서 창밖을 보니 무논에 그득한 물에 비춰지는 나무 그림자가 문득 서산대사의 임종게를 생각나게 한다. (중략 - 논의 물위로 흙으로 만든 소가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 중략)
서산대사의 법명은 휴정으로 서산(묘향산)에 주석하여 서산대사로 불리웠으며 입적할때 사명대사(유정)등 제자들 앞에서 이 임종게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이보게 친구! 살아있는게 무언가? 숨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숨 다시 뱉어 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순간 들여 마신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가는 것인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모두다 내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만큼 쓰고 남는 것은 버릴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자네것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뿌려 사람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고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가지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의 한점 눈(雪)이로다
논의 물위로 흙으로 만든 소가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