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새와 허수아비 조정희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참새
들판에 곡식이 익을때면 날찾아 날아온 널
보내야만 해야할 슬픈 나의 운명
훠이 훠이 가거라 산너머 멀리멀리
보내는 나의심정 내님은 아시겠지...
노래가사처럼 곡식이 익어가는 요즘 들판에서는 새들과의 전쟁이 한창입니다. 박새나 딱새, 까치등도 작물에 일부 피해를 주지만 덩치큰 비둘기는 한번에 수수 한송이를 몽땅 먹어치우거나 목을 부러뜨러 놓기도 하고 떼로 몰려다니는 참새는 그야말로 인해전술로 수수와 참깨를 초토화시킵니다. 이삭이 팬 벼가 비바람에 엎치기라도 하면 이것도 들쥐나 새들의 훌륭한 먹잇감이지요. 새들이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나 하겠지만 이넘들은 잘익은 곡식뿐 아니라 파종하는 콩이나 참깨, 들깨종자를 파먹는 바람에 몇번씩 보식을 해야하니 정말 골치아픈 녀석들이라 새들을 퇴치하기 위한 농부들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막대기에 비료포대를 거꾸로 씌워놓거나 장대에 비닐을 매달아 펄럭이게 하는것도 모자라 페트병 두드리며 훠이훠이 소리도 질러보지만 약아빠진 녀석들은 꿈쩍도 하지않고 수수송이에 양파망을 씌워놔도 묶은 틈으로 드나들며 자기배를 채우지요. 깡통이나 빈병, 공CD, 반짝이줄 같은것도 무용지물이라 옛날방식대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면서 문득 참새와 허수아비 노랫말이 떠올라 나혼자 흥얼거려 봅니다.
지푸라기 허수아비는 아니지만 플라스틱통에 수건두르고 밀짚모자 대신 스포츠캡을 쓴 허수아비가
위풍당당하게 경계근무를 잘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