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농장
태풍뒤끝
kingking
2012. 8. 31. 08:07
이틀간격으로 쌍태풍이 몰려와 온통 세상을 뒤엎을듯 몰아치던 비바람도 물러가고 청명한 하늘이 드러났지만 여기저기 흩어진 낙엽과 나뭇가지, 낙과에 토사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그래도 침수나 유실, 파손이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아침부터 치우고, 뚫고, 세우느라 부산한 가운데 거센 비바람도 이겨낸 대견한 작물들이 농부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잔가지가 부러지고 백여과가 넘게 떨어지는 피해를 봤지만 남아있는 감들은 빗방울을 머금고 익어가기 시작한다.
장대만큼 자란 수수는 강력한 뿌리와 줄기로 태풍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섰다.
끊임없이 출렁이던 벼가 도복될까 염려되었지만 황금색을 띄어가며 영글어 가는 이삭이 반갑기 그지없다.
한여름에 이식하느라 몸살을 앓아 잎과 꽃을 모두 떨어뜨렸던 자귀나무도 비바람 속에서도 새잎과 새꽃을 내밀고..
솔잎 끝마다 이슬방울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그냥 자유낙하한 것이 아니라 비바람에 내동댕이쳐진 사과와 감이 온통 깨지고 멍들었다.
감식초나 감효소는 잘익은 과일로 담가야 하지만 상태가 나은 낙과를 선별해서 효소를 담기로 했다.
세척후 물기를 빼고 꼭지와 상처난 부위를 제거한후 설탕에 버무려 숙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