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세한도

kingking 2021. 3. 12. 09:38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중 제자 이상적에게 귀한 서적을 선물받고 이에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려준 문인화가 국보 제 180호 歲寒圖인데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 표현이 뛰어날뿐 아니라 총 285자의 阮堂老人書는 추사체의 진수를 보여줄뿐 아니라 그 글귀가 세한도의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桂馥의 晩學集과 橒敬의 대운산방문고 두종의 책을 부쳐왔고 올해는 또 우경 賀長齡의 황조경세문평을 부쳐왔는데. 이는 모두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며 천만리 먼곳에서 사들인 것이고 여러해를 걸려 얻은 것으로 한때의 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네. 또한 세상은 세찬 물결처럼 오직 권세와 이익만 따르는데 이토록 마음과 힘을 들여 얻은것을 권세와 이득이 있는곳에 돌리지 않고 바다밖 초췌하고 고달픈 나에게 돌리기를 세상사람들이 권세와 이익을 추구하듯 하고있으니 太史公 사마천이 "권세와 이익을 좆는자는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교제 또한 성글어진다고"했는데 그대 또한 세상 풍조속의 한사람으로 권세와 이익밖에 홀로 초연히 벗어나 있으니 권세와 이익을 가지고 나를 보지 않은 것인가? 태사공의 말이 틀린 것인가? 孔子 말씀에 "차가운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것을 알수 있다."고 하셨는데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철을 막론하고 시들지 않아서 차가운 겨울 이전에도 하나의 소나무, 하나의 잣나무요, 차가운 겨울 이후에도 매한가지로 소나무와 잣나무일 뿐으로 聖人은 특별히 차가운 겨울 이후의 모습만을 칭찬하였는데 지금 그대도 나에 대하여 이전이라서 더함도 없고 이후라서 덜함도 없는 것인가? 성인이 특별히 칭찬한것은 한낱 차가운 겨울이 돼서도 시들지 않는 곧은 지조와 굳센 절개뿐만 아니라 차가운 겨울이라는 계절에도 또한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리라. 아! 西漢의 시대에 汲黯이나 鄭當時같은 어진 사람도 그들의 처지에 따라 빈객이 많고 적음의 차이를 보였으며 下邳의 翟公이 대문에 써붙인 글과 같은 경우는 인심의 박절함이 극단에 이른 것이라는 뜻이리라.

아! 슬프도다.  阮堂 노인이 쓰다.

지인으로부터 비록 인쇄본이지만 귀한 세한도 족자를 선물받았네요.